‘이라크 종전 후의 외교 패러다임
국제외교협회 회장 정치학박사 이안범
이라크 전쟁이 끝이 났다. 때맞춰 ‘애초부터 전쟁을 일으킨 것은 미국의 실수’라는 CBS의 여론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라크 전쟁은 미국에게 월남전 때 패배했던 과거의 악몽을 되살리고, 미군 철수 공백으로 야기될 이라크에서의 혼란이 아프가니스탄 수렁에 빠져 수모 당하고 있는 충격을 되풀이 할 것인가?
아니면 팍스 아메리카나의 영광을 재현시킬 것인가?
이에 대한 갈등 때문에 미국인들이 미국에게 묻는다. 21세기에도 과연 미국이 세계의 패권국 위치를 고수할 수 있을까. 또 아메리카니즘(American-ism)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패러다임인가라고?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8월31일 정치적으로 약속한대로 이라크 전쟁 종식을 선언했다. 2008년 대선공약을 현실로 승화시킨 것이다. 그러나 7년 5개월의 전쟁 드라마는 미국의 자존심에 큰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그 동안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소모된 예산에도 6640억달러로 급증했다.
게이츠 국방장관은 향후 5년 동안 국방예산 경상비를 1000억달러 수준으로 동결시키겠다는 국방부 계획안을 발표했지만 미국 국민들은 믿지 않는다.
1980년 9월 후세인이 중동 패권을 놓고 이란과 8년간의 전쟁을 강행했을 때 미국은 소련 팽창주의와 이란의 호메이니 독재를 동시에 견제키 위한 전략으로 이라크를 지원했었다.
그러나 1990년 7월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를 응징하기 위해 10만명의 미군을 사우디에 공수시켜 이라크를 공격했는데 그것이 걸프 전쟁이다.
언론은 7년 5개월간 상처로 얼룩진 전쟁이란 표현을 쓰고 있지만 미국의 이번 이라크전 종식은 걸프전 이래 20년만의 종전이란 표현이 옳다.
미국 최후의 전투여단인 제2 보병사단과 제4 스트라이커 여단을 ‘이라크 안정화 작전’을 위해 8월 31일 철수 시킴으로서 중동의 역사는 새로운 전환을 맞게 되었기 때문이다.
6∙25전쟁 이후 한국과 북한은 60년간 처절한 이데올로기 갈등에 묶여 지구촌 최후의 분단 상황을 만들어 왔다.
지금은 남북한을 봉합시켜야 될 역사의 시간이다.
누가, 왜, 한반도를 분단시켰는가?
생살을 찢어내듯 미국과 소련이 그어놓은 38선은 한민족의 정체성을 파괴시키고 민족 발전의 역사를 중단시켰다.
이라크 전쟁의 실패는 미국의 초강경 패권 외교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
21세기는 소프트파워를 앞세운 휴머니티 외교 시대다. 만약 미국이 한반도 통일외교에 실패할 경우 동아시아에서 위기를 만날 수도 있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 미국은 윌슨의 국제주의 외교와 트루먼 독트린에 관한 외교정책 분석이 시급한 상황이다.
20세기에 발생된 한국전쟁이 21세기인 지금도 전쟁 불꽃으로 타고 있다면 이는 한반도가 한세기 동안이나 강대국들에게 조롱당하며 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이젠 그런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
우리는 누구인가? 한국인이다. 한민족의 시대 사명은 무엇인가? 애국심이다.
애국심은 무엇인가? 생명 바쳐 모국을 사랑하는 숭고함이다.
우리 심장 속에 애국심이 살아 있다면 해외 동포사회가 독립운동을 뛰어넘는 통일운동의 깃발을 높이 들어야 할 때가 지금이 아닌가.
이라크 전쟁 끝자락을 통해 본 국제정치의 제일 시급한 현안은 바로 한반도의 통일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