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라는 한인회장
국제외교협회 회장 정치학박사 이안범
제30대 한인회 선거에서 당선자는 철저하게 잘 짜여진 사전 시나리오에 의해 선거법을 떡주무르듯 반죽했고 준비된 골대속에서 상대 후보를 몰아넣었다. 선거법 위반, 후보자격 박탈, 당선 발표, 당선증 교부라는 일련의 과정을 노련한 한국의 정치꾼처럼 매끄럽게 진행시켰다.
지난 5월 10일 당선공고를 접한 한인들 중에서 기가 막힌 나머지 씁쓸한 웃음을 지은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당선자는 악법도 법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나 과연 그런 논리를 한인사회가 수용할 수 있을지 냉정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동포사회의 지지와 합의가 없는 선거결과는 정통성을 가질 수 없다. 당선자는 전략전술차원에선 승리했는지 모르지만 상식을 가진 모든 한인들의 외면을 자초한 격이 되고 말았다. 대중의 합의에 기초하지 않은 선거의 당선자가 무슨 권위를 발휘할 수 있겠는가.
선거관리위원회도 문제가 있다. 시대정신을 망각하고 정통성과 역사정신을 무시한 이번 선거 과정은 한인사회 역사에 부끄러운 기록으로 회자될 것이다. 앞으로 있을 해외동포 참정권 행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마저 생긴다.
한인 커뮤니티의 원로인 차종환 박사는 “본국 국민들이 미국 민주주의 현장에서 생활하고 있는 LA동포들이 자기들 지역 대표도 제대로 선출 못하면서 어떻게 참정권을 요구하냐고 야유할까봐 부끄럽다. 이번 사태로 확대 노력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발전을 위해 온몸 바쳐 열심히 봉사해 온 단체장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도, LA 동포 모두의 가슴속에 한인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 시킨 것도 ‘몰상식 선거’가 불러온 후유증이다.
이번 선거를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밀실에서 작사 작곡되어 몇 명이 짜고 부르는 트로트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이상한 노래가 한인회장 선거를 짓밟고, 모국 동포들에게는 웃기는 동포사회, 저질스런 동포사회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공적(?)을 남긴 것이다.
필자는 후보자격을 박탈당했던 박요한 후보가 누군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특정 후보 지지를 떠나서 새 한인회장은 리더십이 올바르고 큰 사람이 선출되길 갈망했었다. 100만 동포를
대표하는 LA한인회장의 이미지와 상징성은 지구촌 해외 한인사회의 대표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대통령이 와도 당당하게 만나고 어떤 지도급 인사가 LA를 방문해도 먼저 한인회를 찾아 인사를 받을 수 있는 위상을 갖춰야 한다. LA 한인회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고 본다.
그런 한인회가 될 때 한인 커뮤니티의 위상은 높아질 것이고 한인사회의 기를 살리는데 한인회가 일조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LA한인회장의 리더십은 절실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인회장은 신문고를 설치해 미국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포들과 고통을 함께하고 그들의 삶의 질을 높여줄 인간미와 능력을 겸비한 사람이어야 한다. 또한 앞으로 미국 정계에 한인 후세들을 많이 진출시키기 위한 안목과 교육적 리더십 또한 중요한 덕목이다.
거시적 리더십과 인격을 소유한 지도자, 그런 큰 지도자가 한인회장으로 등장됐으면 하고 소망하는 나의 염원이 우리한인 공동체가 함께 불러보고 싶은 한인회 ‘사모곡’은 아닐까?
2010년 6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