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정치의 스펙트럼이 변하고 있다. 우리는 알고 있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러시아 혁명은 교조적 스탈린주의가 인간의 생존가치를 짓밟고 공산주의를 확산시켰던 잘못된 이념이며, 스탈린의 패권 야욕은 공산혁명 시대의 무덤이었음을.
1930년대 공산주의 운동은 포스트모더니즘의 폭풍을 뚫고 사회진화적 민족주의로 변질되었다. 마르크스•레닌•스탈린주의 토양 위에 김일성 주체사상을 잉태시킨 북한 권력은 1977년 '주체' 연호를 통해 세습왕조를 꿈꾸며 핵을 전략화했다. 그리고 핵 외교 틈새를 이용, 2010년 노동당대회에서 김일성 주의를 국가철학 논리로 포장시키고 3대세습 드라마를 국제사회에 전격 공개했다.
세계 정치학계와 언론들은 이를 두고 '최후의 발악', '패망으로 가는 마지막 길목' 등의 표현으로 김정일 정권을 공격하며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액튼경의 경구를 상기시켰다.
군대 경력이라고는 일등병 경험도 없는 '27살 꼬마'를 대장으로, 민족의 영웅으로 부상시킨 나라는 세계에서 단 하나 북한뿐이다. 125만명 북한 병사들과 북한 민중의 허탈한 눈동자를 상상해보라. 광기가 난무했던 역사 현장엔 혁명과 개혁이란 칼날이 불춤을 춰 변화시대를 창출시켰던 역사의 속성이 지금 북한의 심장부를 조이는 역사에너지가 되어 뜨겁게 달구어진 심판의 칼날로 다가오고 있음이 필자의 눈엔 선명한 그림처럼 그려진다.
2011년 북한에 필요한 식량은 약 100만톤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 북한은 여전히 식량이 부족하다. 국민을 먹여 살려야 할 정권이 먹을 양식조차 마련해주지 못한다는 것은 권력붕괴의 단초가 된다. 강성대국을 향한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한 외교 드라이브 정책은 오히려 북한을 파국으로 몰아갈 요인이 될 것이다.
김정은에게 '생존 사냥법'을 보여주기 위한 정치가 최근의 천안함, 연평도 포격사건 아닌가? 아버지가 자식에게 '살상법'을 가르쳤고, 그 아버지에게서 동족살상의 기술을 배운 자식은 다시 동족을 향해 처절한 테러를 감행하는, 미래 없는 집단이 바로 그들이 말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그들이 신격화한 김일성은 중국 길림에서 겨우 중학교를 중퇴한 무학자이다. 유격대를 지휘하며 경험했던 김일성 체험담이 훗날 '주체사상' 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되었다. 그러나 북한 주민은 레닌의 프롤레타리아 혁명이론과 엥겔스와 마르크스의 유물변증법이 김일성의 주체사상보다 하위 개념이라고 믿고 있다.
북한의 이데올로그 집단의 최후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유안진이 쓴 '지란지교를 꿈꾸며'라는 에세이가 생각난다. 2010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올해가 다 가기 전, 김정일에게 부디 그 에세이를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란지교가 없는 동토의 왕국, 인류애적 사랑이 없는 북한에는 결국 민중들의 '자중지란'이 핵보다 무서운 분노의 쓰나미가 되어 세습왕조를 휩쓸어가고 말 것이다. 이런 현상을 역사정치의 스펙트럼이라고 한다.
물론, 작금의 한국 정치도 문제다. 국회에서 난장판 주먹질하는 정치수준으로는 통일 한국을 기대할 수가 없다. 동아시아를 끌고 나갈 리더십도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지금은 바로 역사의 시간이다. 역사는 한반도에 새로운 질서와 개혁이라는 대전환을 요청하고 있다. 해외 동포들 역시 조국의 정치발전을 위해 심각하게 고민하며 행동할 때다. 지란지교가 1만년 역사를 살아온 민족의 새로운 꿈으로 태동되고 그 꿈이 영그는 한반도가 우리의 조국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