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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라이스 보좌관에 달렸다

국제외교협회 회장 정치학박사 이안범


제4차 6자회담 때 만약 북한이 핵폐기 선언을 해준다면 11월 미국선거에서 부시는 정권 재창출에 필요한 파란 신호등이 밝혀질 것이다.

그리고 패권을 더욱 강화시켜 세계 경찰국가 위상을 굳건히 해 보다 위대한 아메리카를 만들겠다는 것이 현 미국 집권 그룹의 시나리오다.

콘돌리사 라이스를 한국, 일본, 중국에 보내 북핵 현안을 조율케 한 것은 시기 적절했다.

그러나 5개항의 보상조건은 잘못된 정책이며 구조적인 모순을 표출시켜 북한에 부담을 안겨줬다.


“리비아를 보라. 가다피가 결정한 핵개발 완전폐기 결정으로 엄청난 혜택을 받고 있는 리비아가 부럽지도 않나. 김정일 위원장도 가다피의 정책을 본받으라. 그리하여 북∙미 관계 정상화를 통한 항구적 안보와 ‘놀랄만한 대가’를 받아 북한도 국제사회에 당당하게 귀의하라”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다.


푸른 혁명(Green Revolution)을 완성시켜 사막 민족주의를 구축한 후 거대 제국주의와 맞서 투쟁한다던 가다피의 대외정책과 리더십이 왜 급선회 한 것인가.


30년 동안을 ‘국익’,’민족발전’이란 두 기둥을 붙잡고 미국에 저항했던 리비아가 껴안은 것인가. 아니면 이분법 외교 전략에 말려든 것인가란 질문에 대한 답은 역사의 몫이다.


‘하나의 조선’ 정책만을 55년간 고집해 온 북한은 리비아와는 정치체제와 속성이 본질적으로 틀리다. 

북한의 정치적 의지는 언제나처럼 그들이 원하는 전략목표 달성이 최우선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권력 엘리트 집단은 동북아와 한반도에서 미국이 노심초사하는 최상의 희망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까지만 ‘조용하게 있어달라’는 것임을 너무 잘 알고 있다.


7월 9일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지 놀랄 것이다”라고 라이스가 서울에서 발언했다. 그러나 리비아에 준 당근 정도로 북측을 달랠 순 없었다. 북한은 이미 많은 양의 전략 미사일과 핵개발에 필요한 기술, 그리고 노하우를 리비아에 판매했었다.


98년 북한군은 탄도 미사일을 해외에 수출해 10억 달러의 외화벌이를 했던 경험을 토대로 지금도 외화획득을 위한 전략이 진행되고 있다.


설상가상이라던가. 존 케리 대통령 후보는 A)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즉각적인 미∙북 양자협상 B) 한반도에서의 감군과 정전협정대체 C) 남북한 통일문제 논의를 정책으로 채택했다. 94년 클린턴 전 대통령도 북의 핵시설 공습을 결정했었다. 그랬던 민주당이 ‘북한과 직접협상’카드를 정책으로 채택했다. 정치란 바로 이런 것이다.


미국은 지금 오만으로 점철된 패권주의 정책을 버려야 한다. 하드 파워인 군사력과 경제력 남용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북한 핵 해법 외교를 위해 6자 회담에만 기대어 미적미적 할 시간이 없다.

이라크, 북한 등 국제외교의 가능한 해법 없인 미국의 안정도 없다. 미국 정치의 기본 시스템인 ‘견제와 균형’ 정책은 깨졌고 외교의 핵심인 정보의 전달 체계도 잘못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콘돌리사 라이스를 평양에 보내야 한다. 그녀의 손에 소프트 파워를 쥐어주고 협상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라이스가 평양에 가져갈 소프트 파워는 인류공존과 지구촌 아이덴티티와 국가적 자존심을 인정하는 것이다. 평양에 가기 전 라이스는 반드시 ‘한국학’을 공부해야 한다.


5000년 역사를 통해 931회의 외침을 당했지만 무너지지 않고 정통성과 민족혼을 간직해 온 한반도가 왜 분단되었는가. 누가 분단을 시켰는가를 공부하고 평양에 가면 한반도 통일문제와 북핵 문제를 함께 풀 수 있는 길이 보일 것이다.

콘돌리사 라이스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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