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안보 독트린’의 부활
국제외교협회 회장 정치학박사 이안범
부시가 재선에 성공한 요인은 안보 독트린을 부활시켜, 경제보다 안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수층의 신뢰와 지지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케리는 테러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필요했던 강력한 카리스마 리더십 표출이 부족했다.
그것이 패인이다. 이번 대선의 특징은 미국안보에 불안을 느낀 유권자들이 경제 현안보다 국가 안보를 더 중요한 수위로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집권 1기 동안 부시는 대내외 정책결정 과정에서 안보문제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고 권력의 주요 부분을 진보세력은 억제시키고 보수계층을 강화시켰다. 그 정책이 ‘미워도 다시 한번’이 되었다.
2004년 11월 미국 대선은 미국 민주주의 가치체계에 많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정치제도의 모순 때문에 미국인들의 보수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보수화 현상은 정치의 양극화가 정당의 패권을 부추겨 국민 사회를 경직시킨다.
9∙11참사 이후, 이라크에서 대량 살상 무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보고서도 현직 대통령에겐 불리로 작용되지 않았다. 이 중대 사항에 침묵한 미국인들은 미국을 위해 대통령은 어떤 짓을 해도 된다고 인정한 셈이다.
타임지는 ‘이번 대선 승자는 누가 되던 기본적 가치관까지 분열된 나라를 물려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부시가 구상하는 미국과 케리가 제시한 그림들이 조각난 민심을 하나로 봉합시키기엔 ‘너무 먼 당신’이란 현실을 꿰뚫어 본 걱정 아닌가.
제2기 통치시대를 개막시킬 공화당 정권에 존재하는 문제는 중도파 공화당원들이 부시의 재정∙외교정책을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부시가 테러에 대한 공포를 통치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 해야만 부시 정권의 틀이 형성 될 것이다.
냉전 이데올로기 종식 이후, 세계 경찰 국가로 등장한 미국이 유럽연합(EU)의 등장, 테러리즘의 확산, 중국의 급성장 등 최근에 변화된 국제 질서의 개편에 이니셔티브와 정치적 리더쉽을 발휘할 정책 개발 없인 미국 외교는 늪에 빠질 수도 있다.
중국은 사상 처음으로 대선 현장에 37명의 참관단을 파견했고, 러시아의 푸틴, 일본의 고이즈미는 부시의 재선에 큰 몫을 해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세계 안보를 위한 부시 독트린이 힘을 얻을 것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동맹국들이 등을 돌렸던 뼈 아픈 과거를 되풀이 해선 안 된다. 왜 중국이 참관단을 미국에 보냈을까도 정책 입안자들이 빨리 풀어야 될 중요 현안이다.
한미 관계의 향후는 공화당 집권 1기때보다 발전적으로 전향될 전망이다. 주한미군감축과 기지 재배치 문제로 껄끄럽던 양국 관계가 일단은 한국군 이라크 파병으로 마찰의 소지를 줄였기 때문에 동맹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함께’설계한다면, 국제정치외교에서 미국과 한국은 더불어 이미지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인권법을 통과시킨 부시의 집권2기 대북정책은 새로워져야 하며, 변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핵’문제 해결은, 제4차 6자회담에서 그 단초가 마련될 것이며, 핵 동결을 위한 미국 정부의 북한 체제 안전보장이란 대화채널이 형성되면, 경수로 건설을 위한 보상이 현실화되면서 북미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이번 선거는 민주주의 정치미래에 엄청난 변화를 예고한 것이 특징이다. 향후 ‘정치산업’이 전성시대를 맞게 됐다.
공화∙민주 양당이 서로 상대를 비방하는 광고의 홍수 속에서 4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고비용을 투입시켰다.
당외곽단체인 민간정치단체가 전면에 등장했고, 인터넷을 통한 정치참여, 자발적 정치헌금이 무제한 사용되는 이변이, ‘선거와 정치’가 산업화 시대를 맞은 것이다. 과연 이런 선거 형태가 민주주의를 위한 발전요인일까, 저해 요인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발생된 극한적 대립이 파당적 문제를 야기시켰지만,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미국은 또 뭉칠 것이다. 국가와 인류발전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