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태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연주를 듣고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선생이 그의 백주기를 맞아 100년만에 LA에서 부활했다.
월트 디즈니홀에서 공연된 ‘미주 한인의 날 제정 안익태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제에서 선생은 글로벌 시대의 한민족을 향한 민족정체성을 일깨우며 찬란하고 장엄하게 부활됐다.
밤하늘에 승천처럼 울려 퍼진 ‘코리아 판타지’는 세계 정상의 지휘자 박동명의 카리스마가 깊게 스민 지휘봉에 다라 뜨겁게 뜨겁게 달아올라 한민족 공동체란 용광로를 구축시켰다.
그 용광로의 열정에 감전된 2000 관객들의 심장은 애국과 조국이란 상념에 젖어 들었고 4층 객석에서 관람하던 필자 옆자리 아주머니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찍어내며 흐느꼈고 남편은 삶의 한을 뽑아내 카타르시스를 만끽하며 울고 있었다.
예술은 위대한 역사창조와 단초란 말이 있다. 필자는 한국에서 ‘코리아 판타지’연주를 30회 이상 듣고 살았다. 그러나 이번 연주처럼 가슴이 조여 터질 것 같은 감동을 경험해 본 기억이 없다.
지휘자 박동명의 온 몸은 열정과 매력으로 점철된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무대와 청중을 완벽하게 장악한 그의 지휘는 땅 속에 묻혀있던 질곡의 역사를 지상으로 끌어올려 그 질곡들을 희망으로 비벼 민족혼으로 승화시켜내는 신비 그 자체였다.
그의 지휘봉은 고통으로 얼룩졌던 민족사를 새로운 가능성으로 탈바꿈 시켰고 절망스럽던 근대사를, 타고르가 지적했던 위대한 동방의 횃불로 타오르게 했다.
박동명의 지휘봉에 묻혀있는 에너지엔 힘들었던 고난의 터널을 빠져 나와 새로운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추진력을 야멸차게 준비해 온 민중의 함성과 새 역사를 부르는 서곡이 녹아 있었다.
박동명의 지휘봉이 부활시켜낸 코리아 환타지는 안익태의 민족혼이 잉태시킨 어머니의 젖무덤을 연상시키는 대 서사시였다.
‘통일이여 오소서’란 합창은 200명의 연합 합창단원과 100여명의 오케스트라 단원 2000명 청중 모두의 가슴을 파헤쳐 그들의 한과 민족의 염원을 표출시킨 제 3한강의 물결을 LA로 옮겨온 듯한 착각을 느끼게했다.
청중의 합창소리는 신음소리로도 들렸고 통곡소리라고 느껴졌을 만큼 비장했다. 난 그 현장에서 민족정체성을 보았다.
민족의 소리없는 아우성을 들었다. 대합창의 열기위로 비상하는 조국의 내일을 보았다. 분단 38선이 보이고, 고구려의 기상과 백제의 문화가 나래짓하는 영원을 보았다.
우린 위대한 민족 뿌리이며 그리고 위대한 민족문화 예술국가의 토양을 지녔다는 절대 자존심이 내 심장으로부터 눈물을 솟구치게 했다.
박동명의 지휘봉은 신들린 것처럼 종횡무진 근대, 현대, 미래를 넘나들며 척박한 LA 한인사회에 우리민족은 문화대국인 임을 각인시켰다.
2006년 8월 6일 LA의 밤.
안익태 선생이 한국이 낳은 천재 지휘자 박동명에 의해 부활됐다.
한국인이 한국인을 부활시켰고 그 부활은 동포사회에 ‘애국’이란 피 끓는 조국애의 감정이요, 모든 생명체에 생동감을 불어넣어주는 원동력이란 메시지를 답변으로 대신해 준 위대한 합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