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년 역사를 굽이굽이 휘감기며 흘러 온 한강은 영원히 그렇게 흐를 것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잘못해도 우리의 한강은 또 유유자적하게 흐를 것이다.
LA방문을 끝낸 노대통령이 아르헨티나로 떠났던 날 오후, 본사 칼럼데스크에 굵은 목소리의 청년이 전화를 걸어왔다.
“저희는 USC에 다니는 유학생인데요, 시간이 가능하다면 선생님과 대화 시간을 가졌으면 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좋습니다, 저희라고 했는데 몇 사람이죠?”
“저와 친구 3명인데요” 이렇게 해서 우리는 만났다. 그리고 아들과 아버지의 대화처럼 길고 긴 대화를 통해 친해졌고 소주를 몇 잔씩 마신 뒤 헤어졌다. 유학생들은 조국 걱정이 많았고, 노대통령 연설내용이 불안하단다. 몇시간을 토론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인 필자를 찾았다고 했다. 뜨거운 젊은 열정들이 부럽고 고마워, 가능한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사고의 폭을 조율시켜 정성스럽게 설명했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연설의 부정적 파급효과를 최소화 시킬 대내 정치권 결집력이 필요하며,
둘째, 청와대와 대통령 정책 브레인들은 외교의 효율과 극대화를 위한 공부가 필요하고,
셋째, 우리 국가안보가 중요한 것처럼 동맹국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선진형 외교 패러다임을 배워야만 민족과 국가가 살아 남을 수 있다고 설명하니까, 학생들은 그러나 노대통령 연설은 미국정책 당국에 부정적 내용으로 해석되어 국방비 부담을 부추켜 한국 국민과 정치권이 더 어렵게 될 것이란 걱정을 했다.
놀라웠다. 젋은 대학생들이 이처럼 예리한 분석능력과 민족사랑이 뜨겁다면 한반도 미래는 결코 절망이 아닌 밝고 또 밝은 미래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내 심장에 뜨거운 불기둥을 솟게 하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북한의 개혁, 개방, 핵포기 그리고 체제 보장에 관한 대통령 발언은 뭔가 크게 잘못된 발상 아닌가? 특히, ‘김정일 정권은 시장경제를 받아 들이지 않을 수 없다”는 연설내용은 위험수위를 훨씬 뛰어 넘었다.
문제는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정권파괴, 체제붕괴 등을 상정해 볼 수 있지만 그러나 북한은 북한만이 지닌 특성의 껍질을 벗기 위해선 명분과 당위가 조정되어야만 가능하다.
문제의 연설은 끝났다. 노대통령의 LA연설 때문에 대내외에 확산된 부정적 시각은 만약 북한체제에 위험이 발생될 경우 그 피해는 한국에 직결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과 대안의 준비이다.
본 칼럼은 노대통령의 리더십과 퍼스넬리티가 걱정되어 잠 못 이룬다는 유학생들의 애국심과 이민생활의 고달픔보다 조국 안보문제를 더 걱정하는 이곳 동포들의 깊은 심려에 공감한다.
‘참여정부’ 출범 2년이 다 됐는데 코드정치의 폐해는 퇴보와 분열의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다.출국하는 국가원수를 향해 ‘차라리 국내에 없는 것이 속편하니, 가급적 오래오래 머물다 오라’는 공개 야유를 퍼붓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대한민국뿐이다. 비극이다. 현재 조국정치는 카오스적 상황이다. 한국정치 위기의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이라고 답하는 국민이 대다수다.
LA를 방문한 대통령 연설은 좀 더 깊고 심오했어야 했다. 위험수위를 뛰어 넘은 대통령의 오만은 공생정치란 레일을 탈선시킨 오류를 범했다. 귀국한 대통령이 또 ‘말’을 실수해 국가가 위기에 처하면, LA에 유학 온 학생들이 또 찾아 올텐데(?)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은 유유하게 흐른다. 5천년 역사를 굽이굽이 휘감으며 한강은, 영원히 그렇게 흐를 것이다. 아! 대통령!!!